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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관광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진주 문산성당

진주관광 2023. 1. 25. 09:55

세월이 가면 물건은 닳고 사람은 노화되며 무언가는 사라지거나 잊히기도 합니다. 사람도 감정도 물건도 모두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변함없는’ 것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력과 사랑 없이 변함없기란 힘드니까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유물, 고택에 대한 경외감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유물은 유리창 안으로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는데 지금도 사용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고택(古宅)은 대단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자랑스럽게도 진주에는 세월이 흘러도 아름답고 여전히 사랑받는 문산성당이 있어요. 문산성당은 1905년 설립된 마산교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공동체이자, 진주 최초의 성당으로 광복 이전까지 서부 경남 일대 천주교의 거점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당시에는 초가집 3채였던 성당이 1923년 지금 문산성당을 가면 볼 수 있는 한옥으로 신축했어요. 정면 6칸, 측면 3칸의 기와집으로 당시 서쪽에 제단을 두고 미사를 드렸죠. 이후 1935년, 한옥 성당 뒤편으로 고딕 양식의 성당을 건축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사는 새로 지은 성당에서 진행하고 기존의 한옥 성당은 강당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역사적 이야기를 알고 방문하면 친근함이 생겨 더 자세히 보게 된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듣기만 하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것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문산성당을 또렷하게 느낄 수가 있지요. 

 

문산성당은 문산읍 소문리 한적한 주택가에 있어요. 주변은 단층, 2층 주택들이 모여있어서 문산성당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단층의 한옥 주택과 2층의 현대식 주택 사이 골목을 걸으면 저 끝에 고딕 양식의 문산성당이 보여요. 

성당은 담으로 두르지 않아 걸으면 걸을수록 현대식 성당이, 그 앞의 한옥 성당이, 또 그 앞의 잔디밭이 점점 보이면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아요. 봄날에는 문산성당 가는 길에 벚꽃이 피워서 더 아름다워요. 입구부터 시작한 돌길의 끝에는 양식 성당이 있고 양쪽 잔디밭에는 한옥성당과 사무실이 있어 구도상으로도 안정되어 보입니다. 

 

한옥과 현대식 건물의 성당이 앞뒤로 같이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렇게나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냥 아름답고 신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성당 건축의 토착화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가 있어 2002년에 대한민국 국가 등록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으며, 지난해 SBS ‘더킹:영원한 군주’의 촬영 장소가 되면서 문산성당은 더욱 유명해졌어요. 

문산성당은 종교적 공간이 주는 차분하고 경건함과 산을 배경으로 한 동서양 건축물의 만남 그리고 푸른 잔디와 돌길이 10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와도 여전히 그대로 있을 것 같은 약속 없는 믿음을 갖게 합니다. 100년 전에도 멋있었지만 100년 후인 지금이 더 멋있고 우리가 존재하지 않을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아름다울 거라 기대하게 됩니다. 하늘이 높고 파란 가을날, 문산성당으로 세월의 역행하는 아름다움을 보러 가는 건 어떨까요?

문산성당

경상남도 진주시 문산읍 소문길67번길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