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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볼만한곳] 진주 영화 촬영지 '살인의 추억' - 죽봉터널

진주관광 2023. 2. 3. 10:13

좋아하는 영화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 배우들의 연기가 떠오르는데 그들이 있었던 공간도 함께 생각이 나죠. 영화 ‘기생충’의 푸른 잔디밭 위에서의 파티,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진관처럼 말이죠. 영화에서는 누가 어떻게 연기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씬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줄 배경도 중요하기에 한 장면을 위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촬영을 하기도 하죠.

 

진주시에서 영화, 드라마 촬영을 많이 해요. ‘지금까지 모두의 기억 속에 선명히 살아있는 2003년 개봉작 ‘살인의 추억’도 진주시에서 촬영했어요. 그것도 ‘살인의 추억’하면 딱 떠오르는 그 장면. 비 내리는 터널 앞에서 “밥은 먹고 다니니?”라고 한 그 장면을 찍은 곳이 바로 진주입니다. 

살인의 추억을 촬영하기 전에 봉준호 감독은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곡선으로 휘어 빛을 완벽히 차단되는 터널을 원했었는데 6만km를 달려 찾은 곳이 진주시 정촌면 화개리 죽봉마을에 있는 죽봉터널이었죠. 

 

죽봉터널을 가려면 죽봉터널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아요. 죽봉터널의 시작점인 죽봉회관으로 검색하면 주차공간도 있고 버스 정류장도 있어요. 마을 옆으로는 첫길이 보여 이 길로 가면 죽봉터널이 나오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요. 

옆에 도로와 나란히 걷고 있는데 나무가 경계선처럼 철길과 도로 사이를 나뉘고 어느새 도로는 경사도를 그리며 위로 올라가고 평지로 직진하여 철도를 걸어야 해요.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면 안내표지판이 있을 법도 한데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잘 가고 있는 거 맞나 의심이 되는데 그때쯤 터널이 보입니다.

 

터널 옆에는 죽봉이라고 적혀있어요. 죽봉터널은 길이 486m, 높이 6m로 1965년 개통해 진주와 구 삼천포를 잇는 철도가 지나가는 터널로 1980년 운행을 중단되었어요. 그렇다고 완전히 폐선된 것 아니랍니다. 비정기적으로 일주일에 2회, 진주에서 사천간 유류 수송용 기차를 운행하고 있어요. 

 

밖이 아무리 밝고 해가 쨍쨍해도 터널이 굽어 있어 밖에서 보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은 암흑이에요. 우주에서 블랙홀을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로 깜깜합니다. 처음에 들어갈 때는 등 뒤의 빛을 의지하고 걷는데 점점 걷다 보면 등 뒤의 빛은 사라지고 어두워지죠. 스마트폰 플래시 켜야 해요. 그렇게 걷다 보면 반대편 끝으로 나오게 됩니다.

죽봉터널은 죽봉터널만 있어요. 터널을 걷고 나오면 끝이라 다른 걸 기대했다면 허무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살인의 추억’의 찍힌 장면을 답습하며 사진을 찍고 영화 속 장면을 그려보면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리라 생각해요.

 

JTBC<방구석 1열>에서 변영주 감독은 “어떤 풍경 안에 그 사회를 인지하게 만드는 다양한 것들이 나온다. 거기서 인물들이 섞이며 연쇄살인이 벌이는 저개발의 기억을 겹치게 하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탁월한 점.”이라고 말했는데 영화가 가장 고조되는 터널 씬, 죽봉터널이 봉준호 감독에게 그러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을지 직접 가보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죽봉입구

경상남도 진주시 정촌면 화개리